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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oseph Ouko on Thrive global
현실세계에서 창조적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규정할 때, 그 문제를 조사할 때, 그리고 해답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표현할 때 적합한 생각도구들을 동원할 줄 알아야 한다.
'변형적 사고'는 상이한 분야를 연결해주는 메타패턴을 드러내어주어 특정 영역에 치우친 사고보다 더 가치 있는 통찰을 낳는다.
변형적 사고는 음악, 유전자, 전신, 시, 수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메타 패턴'을 드러낸다.
우리는 하나의 생각도구가 다른 생각도구에 영향을 주거나 작용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도구를 연속적, 혹은 동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일컬어 변형(transforming), 혹은 변형적 사고(transformational thinking)라고 부른다.
라에톨리 탐사의 경우에서처럼 한 문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한 문제를 가지고 다양한 생각도구들을 사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다.
누군가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자신의 깨달음'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생각의 탄생')의 맨 첫장에서 우리는 과학자 바버라 매클린턱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이 그들의 운동감각적 이미지와 감정이입적 느낌들을 언어와 방정식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을 언급한 바 있다.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경우 영감이 뭐라고 딱히 규정할 수 없는 몸의 느낌과 정서와 심상의 형태로 발아해서 내면에서의 분투 끝에 언어적 생명체로 자라나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와 브리짓 라일리에게는 감정에서부터 수학적 패턴에 이르는 모든 것들이 그들의 표현매체(그림, 혹은 그림 그리기)에 내재한 운동감각적이고 시각적인 요구에 의해 회화로 옮겨진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어떤 종류의 창조적 노력이든 간에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상 어떤 구상이나 통찰이 '다수의 생각도구들'을 거쳐 변형되고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표현매체로 변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리키와 그녀의 동료들이 보여준 변형적 사고는 모든 분야의 창조적 작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네브래스카 대학에 있는 거대한 야외조각인 <찢어진 공책, Torn Notebook>을 제작하기 위해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와 작가 쿠시에 반 브뤼겐이 벌인 공동작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 조각의 아이디어는 올덴버그와 반 브뤼겐 모두 용수철로 묶은 작은 공책에 메모하기를 좋아했다는 사실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무언가를 적고 나서 공책을 두고 갈 필요가 있으면 그들은 낱장을 절반으로 찢어내고 나머지 절반은 꼬인 철사 용수철에 붙어 있는 채 그대로 두었다.
올덴버그와 반 브뤼겐에게 찢어진 낱장은 공동작업에서 그들 각자가 맡고 있는 부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듯 보였으며, 철사 용수철은 그들의 작업을 한데 묶고 있는 협동심과 예술성에 대한 비유로 느껴졌다.
또한 이 나선형 용수철은 네브라스카 평원을 휩쓸고 간 토네이도와 이미지, 언어, 그리고 작업 과정까지 아우르는 창작행위의 '회오리바람'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은유의 울림은 더욱 커졌다.
드로잉으로 시작한 그들은 수채물감으로 스케치를 하고 종이와 천으로 모형을 만든 다음, 마지막 단계에서 머릿속에 있는 모습을 금속 축소모형으로 제작해 구체화했다.
이 금속모형을 몇 가지 형태로 바꿔보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그들은 최종버전을 자신들의 오랜 협력자였던 엔지니어 밥 제닝스에게 넘긴다. 제닝스는 이 모형을 다시 한번 드로잉으로 '추상화'하는데, 이것은 실제 도면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이 도면은 수학적 계산이라는 또 한 번의 추상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하중 압력 계산이나 제작 작업에 필요한 세부 정보, 소재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졌다.
제닝스의 도면은 뉴욕주에 있는 주물공장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이 도면으로 작은 크기의 새로운 모형세트를 제작했는데 그 소재는 완성품에 쓰일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야만 원래 도안대로 각 부분들을 제작할 수 있고, 조립이 별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제작팀이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도면을 실물크기로 확대하고, 이에 따라 제작기계가 형을 뜨고 깎고 접합하는 과정을 거쳐 각 부분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부분들이 조립되면 조각품이 완성되는데, 반 브뤼겐은 이 조각품의 보호 도색을 위해 필요한 페인트에 대해 조사하고 미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타 마무리 작업을 감독했다.
그러나 조각이 완성되고 난 뒤에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조각을 놓을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토양전문가가 참여해야 했고, 조경설계사가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좋을지 결정했으며, 적절한 야간조명대를 설치하기 위해 조명전문가를 초빙했다. 또 여러 명의 건설인부들이 설치에 필요한 사전작업을 해야만 했다.
모호한 생각에서 출발하여 유추, 표상화, 모형화, 놀이, 추상화(도면과 공학적 계산의 형태로), 차원적 사고라는 여러 단계를 거쳐 마침내 완성된 조각품이 탄생한 것이다.

<찢어진 공책, Torn Notebook>, Claes Oldenburg and Coosje van Bruggen, 1996, photo by trekearth.com
변형적 사고가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한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복잡한 사고의 변형과정을 쉽게 다룬다.
그러나 이 생각도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논해왔던 다른 도구들보다 더 복잡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작은 변형적 사고를 하게 된다.
만일 한번이라도 기억법(mnemonic device)을 써본 사람이라면 이미 변형을 해본 것이다. 화학과 학생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두문자(頭文字) 'OIL RIG'는 "Oxidation Is Loss (of electrons), Reduction Is Gain"의 줄임말로 "산화는 전자를 잃는 것이고 환원은 얻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기억법이란 어떤 '추상적인 것'에 '몸'을 입힘으로써 '구체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갤턴은 고전적인 저서 <인간의 재능과 그 발전에 관한 탐구>에서 그런 식의 기억법이 얼마나 흔한 것인지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숫자를 시각적 이미지의 형태로 바꾸어 생각한다.
- 영국 인류학자, 프랜시스 갤턴(Francis Galton)
언어로 표현된 문제는 방정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변형적 사고는 학문분야 간의 경계를 허무는데, 이 사고체계 안에서는 수학과 미술 사이의 구분도 흐릿해진다.
화가인 막스 빌(Max Bill)은 이렇게 쓰고 있다.

'이성적 사고'야말로 인간 고유의 특질이다.
이성적 사고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는 감각적인 가치들의 순서를 정할 수 있으며 그것에 따라 예술작품을 창작해낸다.
그런 점에선 수학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그것이 물체와 물체, 군집과 군집, 움직임과 움직임 간의 관계에 대한 과학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들을 포착해서 그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미술)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스위스 건축가, 예술가, 화가, 디자이너, 막스 빌 (Max Bill)
막스 빌이 행한 '변형'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은 1+2+3+4+5+6+7+8 = 36이나 6 X 6 같은 산수와 관련된 것이다.

< 1-8 >, 막스 빌 作
그는 이 숫자패턴을 각 변에 6개씩 모두 36개의 눈이 있는 체커판으로 변형시켰다.
눈들의 색을 보면 하나는 빨간색, 두 개는 진분홍색, 세 개는 자주색이 들어간 옅은 연분홍색, 파란색 넷, 옅은 파란색 다섯, 연녹색 여섯 개, 파스텔톤 녹색 일곱 개, 노란색이 들어간 연녹색 여덟이었다.
빌은 아주 면밀한 사전 고려를 거쳐 이 색들을 세심하게 배치했다. 네 개의 파란색 눈으로 큰 정사각형을 만들고, 다섯 개의 옅은 파란색 눈으로는 십자가형을 만들었으며 여섯 개의 연녹색 눈으로는 한 쌍의 평행선 모양을 만들었다. 모든 색의 군(群)들은 대칭적으로 되었다.

필수적으로 수학적 접근을 해야만 미술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 러시아 조각가, 나움 가보 (Naum Gabo)

변형은 상호전환이 가능하다.
만일 A가 B로 변형될 수 있다면 B도 다시 A로 변형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언어로 표현한 문제는 방정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존이 집을 페인트칠하는 데 4일이 걸리고 짐은 5일이 걸린다고 할 때,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페인트칠을 하면 며칠이 걸릴까?"라는 문제는 다음의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런 방정식은 "술술 풀리면서" 멋진 풀이과정으로 다시 변환된다. 우리가 모형화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든 수학공식에는 시각적이거나 물리적인 대응물이 있다.
그래서 리처드 파인만은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자신이 시각적 모형을 동원해 개발한 '도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는 계속해서 어떤 모형들을 만든다.
예를 들면 한 무리의 수학자들이 대단한 정리를 들고 온다. 그들은 모두 흥분해 있다. 그들이 내게 그 정리의 조건들을 설명하는 대로 나는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어떤 것을 머릿속에서 만들어낸다.
자, 그것을 한 개의 집합이라고 하자(한 개의 공이기도 하다).
그들이 조건을 말함에 따라 내 머릿속의 공에 색깔이 칠해지고 털이 나기 시작하는 등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그들이 정리에 대해 말할 때 그 말이 내 공, 내 머릿속에 생긴 털 난 녹색 공과 어울리지 않거나 그 공에 관한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는 가차 없이 '거짓말이야!'라고 말한다.
-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hillips Feynman)
"파인만은 콧노래를 부르고, 손으로 두드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지각하는 육체적 감각'과 '물리적 세계'를 서로 결부(結付)시켰다."
*결부하다 : 일정한 사물이나 현상을 서로 연관시키다.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교수 마빈 코헨(Marvin Cohen)은 과학연구에 무용을 도입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전류가 극단적으로 차가운 합금을 타면 저항 없이 흐른다는 초전도 이론의 전문가다. 1980년대 후반, 코헨은 안무가인 데이비드 우드(David Wood)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그들은 무용수들에게 전자의 움직임을 동작으로 표현할 것을 지시했다.
우드와 코헨은 이를 통해 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대칭을 이룰 때와 비대칭일 때 등 전자가 원자 내에서 움직일 때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상태들을 고찰했다.
코헨은 이 춤을 '전류'라고 불렀다.
이는 수학이론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운동감각적 모형으로 변형시킨 탁월한 사례가 되었다.
그는 이 춤을 일종의 물리학연구로 생각했다.

나는 무용수가 어떤 새로운 동작, 새로운 묘사를 제안한다면 그것을 기쁘게 들어줄 것이라고 데이비드 우드에게 말했다.
우리는 어쩌면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 물리학자, 마빈 코헨 (Marvin Cohen)
우리의 두뇌는 색과 소리를 매우 다르게 받아들인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동시에 연주되는 개별악기들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음들이 합쳐내는 전체음을 들을 수 있다.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지각하는 이런 능력은 대부분의 시각예술, 특히 색채에 기반을 둔 예술에서는 발휘될 수 없다. 색채가 혼합되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노란색과 파란색의 점들을 나란히 늘어놓아 그림을 그린 다음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그는 녹색의 그림을 보게 된다. 비록 이 녹색이 다른 색을 띤 낱개의 점이나 화소로 환원될 수 있다 해도 그렇다. 이것이 컬러 인쇄, 컬러 TV, 쇠라의 그림과 같은 점묘주의 미술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뛰어난 과학자들은 단 하나의 '해답'이 아니라 복수의 '해답들'을 찾으려고 한다.

유형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과학적 진리가 다른 형태로 소개되어야 한다.
그것이 단단한 형태로 나타나건, 생생하게 채색된 그림 또는 다소 모호한 상징적 표현으로 제시되건 간에 모두 동일하게 과학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 (James Clerk Maxwell)
첫 번째 방법론과 첫 번째 해답은 이해의 시작일 뿐 결코 끝이 아니다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앨런 라이트먼은 리처드 파인만의 책 <물리법칙의 특성, The Character of Physical Law>에 대한 서평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파인만은 동일한 물리법칙을 다르게 공식화하는 일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비록 그것들이 수학적으로는 똑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버전이 다르면 머릿속에 다른 그림을 그리게 해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변형적 사고는 앎의 많은 방법들을 가능한 많은 의사전달의 형태들로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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