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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Fatih Kılıç on Unsplash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것이다.

철학자 칼 포퍼는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을 '공감적인 직관', 혹은 '감정이입'이라고 보았는데, 이것은 "문제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의 일부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감정이입적 상상력을 촉진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연극 경험이나 문학적 소양이 도움이 된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배우는 스스로 극중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인물이 행동하는 것처럼 연기하게 된다.

- 연극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 (Константи́н Серге́евич Станисла́вский)

 


 

 

작가는 묘사하고 있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야 한다.

-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 (Alphonse Daudet)

 


 

 

음악가는 스스로 감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청중에게 불러 일으키고자 하는 모든 감정을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기분을 드러내야만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사한 기분이 자극되기 때문이다.

- 독일 작곡가, C. P. E. 바흐 (Bach)

 


 

 

작은 기적, 혹은 무의식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연주자와 작곡가 사이의 깊은 교감.

해석자란 반드시 자신의 모습을 다르게 바꿈으로써 낯선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 (Claudio Arrau)

 


 
무용가들 역시 자신과는 다른 몸이나 인격의 관점에서 동작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은 무용이 음악과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들의 몸속에서 감정이입 기제를 자극하여, 그들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감정이입은 관객들이 역할 자체를 느껴봄으로써 내면에서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동작을 따라 하게 할 때 이루어진다.
 


 

 

안무가는 무용수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야 하며 그들이 그 자신과 다른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의 모든 지성이 무용수들을 육체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이해하는 데 동원되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안무상의 수많은 실패는 무용수들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다.

- 안무가, 도리스 험프리 (Doris Humphrey)

 


 

 

나는 환자들의 복잡다단한 마음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최소한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들이 되었던 것이다. 그게 누구이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로부터 떨어져나왔을 때, 나는 잠에서 다시 깬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시인이자 의사,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William Carlos Williams)

 


 
실제로 많은 의학교육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환자가 되어 보는' 능력의 유무는 뛰어난 임상의와 그렇지 않은 의사들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감정이입을 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생소한 검사나 절차 앞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알 수 있다.
 

 

'감정이입'이야말로 자신이 도움을 주는 관계를 움직여나가는 데 있어서 중심이 되는 기술이다.

- 펜실베이니아 주립의대 교수, E. A. 바스티안 (Vastyan)

 
그들은 크나큰 동정심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할 때 환자들이 기꺼이 낯선 자신들에게 증상과 비밀을 털어놓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야만 듣고 싶지 않은 진단 결과거나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는 절차에도 협력하려 하고, 숨기고 싶은 몸과 마음을 기꺼이 열어 보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정신과 의사 로버트 코울즈(Robert Coles)는 하버드 의대생들에게 조지 엘리어트의 <미들 마치, middle march>나 워커 퍼시의 <영화광, The Moviegoers>을 읽어볼 것을 적극 권유한다.

교과서와는 달리 이 소설들은 의사들이 봉착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심장의학자인 에모리 의대 교수 존 스톤 (John Stone)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The Death of Ivan Ilyich>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The Plague>를 추천하는데, 이 소설들이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젊은 의사들이 적절한 감수성을 갖도록 해주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단어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심지어는 자신이 환자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해 줄 수도 있다.

- 존 스톤 (John Stone)

 


 

 

감정이입은 단순한 심리학적 개념이 아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개개인의 인생을 대신 '살았던' 작가들이 상상력을 통해 창조해낸 것이고, 이 작가들은 작중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독자에게 소개한다.

문학은 학생들에게 상상력을 가동시킬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제공한다.

따라서 문학적 소양은 감정이입 기술을 익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E. A. 바스티안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외부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만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되며 타인의 내부에서 주관적으로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감정이입'은 형상화나 고유수용 감각적 사고와 차별화된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감정이입을 이해하는 열쇠는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감정이입은 자신의 느낌을 가지고 어떤 대상, 예컨대 기둥이나 수정 혹은 나뭇가지, 심지어는 동물이나 사람들의 동적인 구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근육감각을 통해 대상의 짜임새와 움직임을 이해하여 그 구조를 내부에서부터 추적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은 자신의 위치를 '여기'에서 '저기'로, 혹은 '저 안으로' 옮겨놓고자 하는 것이다.

- 독일 철학자, 마르틴 부버 (Martin Buber)

 


 

 

절대로의 도달은 오직 '직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그 나머지 지식은 분석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여기서 직관을 공감(sympathy)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그것을 이용해 우리는 자신을 어떤 대상의 내부로 옮겨놓을 수 있으며 거기서 우리는 대상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질과 공존하게 된다.

-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Henri Bergson)

 


 

 

나는 사람이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 '공감적인 직관' 혹은 '감정이입'이라고 본다.

문제 속으로 들어가서 그 문제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영국 철학자, 칼 포퍼 (Karl Popper)

 


 
역사학자 앤터니 마이클 코헨(Anthony Michael Cohen)은 자유를 찾기 위해 미국 북부에서 캐나다까지, 이른바 '지하철도를 이용했던 흑인노예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기 위해 몸소 그들의 방식대로 생활했다.

그들이 신었던 신발을 신고 걸었고, 그들이 먹었던 음식을 먹었으며, 그들의 방식대로 잠을 잤다.

1848년, 헨리 '박스' 브라운(Henry 'Box' Brown)은 노예신분에서 벗어나고자 탈출을 시도했다. 그는 30X28X24인치짜리 나무상자에 몸을 숨긴 채 열차에 실려 리치먼드에서 필라델피아까지 갔다.

코헨 자신도 똑같은 크기의 상자에 들어가 같은 조건에서 열차여행을 했다. 7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그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으며, 폐소 공포증과 탈수, 고열에 시달린 나머지 몇 차례 의식을 잃기도 했다.

도주 노예들이 참아내야 했던 공포와 결핍감에 대해 말하며 그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들이 느꼈던 것에 어느 정도 근접했다고 나 스스로 생각한다.

 


 
20세기의 뛰어난 과학사가인 토머스 쿤(Thomas Kuhn)은 과학자의 삶을 단계적으로 복원시키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누차 강조했다.

현존하는 기록을 연대기 순으로 읽다 보면 과학자들이 다음에 쓸 편지나 논문의 제목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는데, 이 단계에서부터 주인공에 대한 이해가 시작된다는 것이 쿤의 주장이다.
 

 

만일 당신이 틀렸다면 다른 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연구하는 인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 과학자처럼 사고하고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

 

Photo by Wiki, Solvay Conference, 1927&nbsp;

 


 

 

우리들은 한번도 동물의 사고능력을 의심한 적이 없소. 사냥은 기지를 겨루는 싸움이고 거기서 자주 우리는 패배한다오.

우리는 동물을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소.

그것들을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보아야만 하오.

동물들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그들의 영혼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오.

동물의 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게 동물의 눈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보이오.

그래서 동물을 '우리 사람'으로 부르는 것이라오.

- 이러쿼이(Iroquois) 6개국 연합 오논다가 국의 추장, 오렌 라이온스 (Oren Lyons)

 


 

Photo by Niko Eranio on Unsplash

 

 

사람이 말에 타는 방식은 정확히 퓨마가 말을 덮치는 방식과 동일합니다.

말등에 올라서 다리로 몸통을 조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말이 자신의 등에 기어오르는 사람을 왜 그토록 싫어하는지 금세 이해가 될 겁니다.

녀석은 두려운 거예요. 또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죠. 그래야만 살아남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국 우리가 다루게 되는 것은 말이라는 동물이라기보다는 수천 년 동안 유전되어온 말의 자기 보호본능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말에게 부탁해야 합니다. 등에 타더라도 신경쓰지 말라고, 등에 올라가게 허락해달라고 말이죠.

여기에 비밀이라곤 없어요.

그저 말(馬)과 같은 말(言)을 쓰고 같은 춤을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뿐입니다.

말 조련사, 벅 브래너맨(Buck Brannanman)

 


 

 

과학적 사냥꾼(과학자)은 방금 목격한 사냥감의 삶의 방식을 상상해내고 그에 따라 자신이 취할 행동을 선택한다.

-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흐 (Ernst Mach)

 


 

 

목적 없이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보면 사냥감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게 되거나, 사냥감의 냄새를 맡게 된다.

- 프랑스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 (Claude Bernard)

 


 

 

침팬지가 보여주는 어떤 행동은 우리 인간의 행동과 깜짝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곰베에서 수년간 연구한 우리들 중 많은 수가 상당한 수준의 감정이입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일단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다른 침팬지에 대한 태도나 기분상의 작은 변화를 나타내는 미세한 신호를 보다 잘 감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복잡한 침팬지 사회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즉, 직관적인 해석은 연구대상에 대한 감정이입으로 인해 가능해진다.

물론 이 해석은 추후에 객관적인 관찰 데이터와의 대조를 통해 진위를 검증받아야겠지만.

- 영국 동물학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Jane Goodall)

 


 

앎은 느낌을 '통해서'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것이 아니다.

 


 

 
신경생물학자인 찰스 셰링턴은 신경조직학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산티아고는 현미경으로 보는 세계를 마치 그것이 살아 있는 것처럼, 어떤 존재들이 거기 살고 있어서 우리처럼 느끼고, 행동하고, 갈구하고, 시도하는 영역으로 대우했다.

그는 종종 튀어나온 섬유질 때문에 신경세포가 다른 세포를 찾아내려고 더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자가 활성화되는 이유가 같은 난자를 향해 질주하는 자신의 경쟁자들을 의식하면서 생긴 격렬한 충동 때문이라고 상상하곤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런 능력이 연구자로서의 그의 성공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을지 자문했다.

 


 

 

느낌을 이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탄소원자가 무엇을 원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 유기화학자, 피터 디바이 (Peter Debye)

 


 

 

만일 내가 전자라면 어떻게 할까?

-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Richard Feynman)

 


 

 

나는 자기유체역학 방정식을 다루는 대신 전자와 이온에 올라타고 앉아 그 관점에서 세계를 본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어떤 힘이 나를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밀어붙일지 상상했다.

- 천체물리학자, 한네스 알프벤 (Hannes Alfven)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대나무가 내 속에서 자라나게 해야 한다.

손에 붓을 쥐고 눈으로 집중을 하면, 그림이 바로 내 앞에 떠오른다.

그럼 그것을 재빨리 잡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냥꾼을 본 토끼처럼 그림이 잽싸게 사라진다.

- 중국 시인, 소동파(蘇東坡)

 


 
그렇다면 어떻게 감정이입을 배울 수 있을까? 해답은 참으로 간단하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경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연극이 그것이다.

(The play's the thing.)

- 영국 극작가이자 시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감정이입을 배우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추천 방법 3가지

 
1. 실제나 가상환경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때 집중되는 '내적 주의력(inner attention)'을 연습하라.

이는 세상에 대해 자신이 보이는 반응을 관찰하고 그 반응에 대한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기억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을 열 때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이 느낌은 물리학적 설명이라는 '대본'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까?

어떤 분야든지 '배우'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느낌들을 기억하고 재현함으로써 이러한 내적 주의력을 연마할 수 있다.
 

 

2. 자신의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외적 주의력(external attention)'을 연습하라.

배우들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면밀하게 연구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제자들 앞에서 어떤 것을 한 번만 보여주고 감춘 다음 가능한 한 자세히 이것을 기억하도록 훈련시켰다.

그 자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흥미로운 습성을 정확히 모방해내려고 했다.

이 접근법은 침팬지, 시계 혹은 쿼크(quark)의 모습을 묘사하거나 흉내 낼 때 유익한 것이다.
 

 

3. 자신의 외적 주의력이 미치는 대상이 지각하고 느끼는 것을 상상하라.

그 대상의 세계가 자신의 세계이고, 그의 감각기관과 육체적 속성이 자신의 것이라고 가정하라.

만일 당신이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반응할 것인가? 자신의 내부에 있는 감각과 정서 사이에 연결된 끈을 찾아내라.

이 접근법으로 스타니슬라브스키가 극 중 인물과 친밀감을 느끼고 일체화되었듯이, 당신도 세포나 바이러스, 탄소 원자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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