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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패턴에서 지각과 행위의 일반원칙을 이끌어내어 이를 예상의 근거로 삼는다. 그런 다음 새로운 관찰 결과와 경험을 예상의 틀 안에 끼워 넣는다.
이 관찰과 경험의 틀을 흔드는 무엇인가가 일어나게 될 때 우리는 또 다른 패턴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발견은 이런 순간에 이루어진다.
벽의 복잡한 문양 속에서 형상들을 발견하는 것은 시끄러운 종소리 속에서 우리가 아는 이름이나 단어를 찾아내는 일과 같다.
-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우리는 매순간 보고 듣고 느끼는 무질서한 사건들을 분류해서 체계화한다.
호레이스 저드슨(Horace Judson)이 <해법 찾기, The Search for Solutions>라는 책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을 의미한다.
패턴인식능력은 예측과 기대 형성 능력의 기초가 된다.
우리는 패턴에서 지각과 행위의 일반원칙을 끌어내며 이것을 '예상'의 근거로 삼게 된다. 그 다음 새로운 관찰 결과와 경험을 이 예상의 틀 안에 끼워 넣는다.
이 관찰과 경험의 틀을 흔드는 무엇인가가 일어나게 될 때 우리는 또 다른 패턴을 만들어내며, 발견이란 이 순간에 이루어진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시대 화가인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정물화는 유머에 대한 시각적 등가물이 된다.
애초에 우리가 지각했던 정물들 사이의 회화적 연관성은 새로운 패턴에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심리학자들이 '게쉬탈트 쉬프트, gestalt shift'라고 부르는 것, 즉 하나의 감각정보가 동일하지 않은 복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현상을 겪게 된다.
패턴인식의 대가인 화가 모리츠 C. 에셔는 구름이나 나뭇결 같이 무질서해보이는 패턴 속에서 동물 모양을 즐겨 찾아내곤 했다. (중략)
그가 찾아낸 동물 모양을 본다면 모양이 아무리 복잡해도 그 아래에는 단순하면서도 대칭적인 패턴이 깔려 있음을 우리는 곧 알게 된다.
에셔의 천재성은 반복되는 정형의 다각형 속에서 물고기, 새, 도마뱀, 천사, 악마 등 그밖에 예상하지 못한 경이로운 것들을 보는 능력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우리에게 이런 것들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모리츠 C. 에셔의 여러 작품들을 아래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는 폭우로 인해 해안가 여관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불현듯 나무가 깔린 방바닥에서 한 가지 영감을 받게 된다. 그는 우툴두툴한 나무 바닥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그 위를 문질렀다. 그러자 서로 들어맞지 않는 상(像)들이 비현실적으로 이어진 무늬가 나타났다.
그는 당시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호기심이 솟고 흥분으로 가슴이 뛰었다. 나는 눈에 띄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거기에 대고 작업을 계속했다. 나뭇잎과 잎맥, 마대자루의 헤진 가장자리, '현대' 유화의 붓놀림 자국, 실타래에서 풀린 무명실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에른스트는 곧 패턴에 대한 열광을 밑거름 삼아 몇 가지 새로운 미술기법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현대미술에 예기치 않은 혁명을 몰고 왔다.
에른스트가 개발한 기법으로 프로타주(frottage)가 있는데, 이것은 어떤 물체 위에 종이를 놓고 연필이나 크레용으로 그 위를 문질러서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라타주(grattage)는 질감이 거친 물체 위에 캔버스를 덮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하는 것이다.
데칼코마니(decalcomania)는 종이 위에 무작위로 물감을 떨군 후 그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가볍게 문질러서 무늬를 떠내는 것을 말한다. '로르샤흐형 얼룩, Rorschach-type blots'은 바로 이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종이 한 장을 놓고 한가운데 잉크나 물감을 떨구고 그것을 반으로 접은 다음 다시 펴는 것이다.
론 파제트(Ron Padgett)가 편찬한 <교사와 작가를 위한 시 형식 핸드북, The Teachers and Writers Handbook of Poetic Forms>에서는 학생들에게 머리만 써서 리듬패턴을 가르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 책에 따르면 차라리 비밥이나 모던 재즈를 듣고 춤을 추는 것이 더 좋은 학습방법이라고 한다.
리듬은 두뇌가 아닌 귀와 발을 통해 더욱 잘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음악이나 춤, 시 같은 다른 전달매체 사이에서 패턴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안다는 것은 *메타 패턴(meta-pattern)을 인지하는 첫걸음이 된다.
*메타 패턴: 패턴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패턴
내 머리가 화성 구조나 멜로디 패턴 같은 몇 개의 큰 덩어리들에 고정되어 있는 동안 내 손은 덩어리들의 시각적 상(像)을 거의 완성한다.
화성은 물론 이 덩어리들을 연주하고 있는 손 자체까지 그 상 안에 들어오는 것이다.
- 피아니스트, 미샤 디히터(Mischa Dichter)
연습을 하는 목적은 시각적, 청각적, 운동감각적 패턴을 모두 엮어서 하나의 완전무결한 메타 패턴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모든 것들은 크고 단순한 창조적 패턴으로 묶인다. 이것은 높은 수준의 기억과 이해, 감수성을 나타낸다.
- 미국 사진작가, 안셀 애덤스 (Ansel Adams)
모든 패턴인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턴이 분명히 나타나기 전에 무엇을 예측하고 또 사물들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가 주장한 바와 같이 음악가에게 있어서 음표는 3차원 물체와 같다.
우리는 칼이나 병, 혹은 시계 같은 물건들이 어디에 있느냐와 상관없이 그것을 인식하고 상상 속에서 재현해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악가들은 그 방향과 상관없이 음정의 배열을 무의식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음악가들은 음의 배열을 거꾸로 뒤집어볼 수 있고 역방향으로 볼수도 있으며 음 안에서 밖으로 내다보기까지 한다.
음악가들은 음들 간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그것을 재배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작곡가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나가는 식의 음의 순서보다는 음표들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더 많다.
여기에서 하나의 유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들 중 대다수는 이름을 거꾸로 읽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Robert = Trebor, Eleheim = Michele). 그리고 'dog'와 'god'이 같은 글자로 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람들은 글자들을 재배열해서 새 단어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Michele'이 'ice helm(얼음 투구)'으로 바뀌는 것 같은 경우다.
또한 'add'는 알파벳에서 첫 번째와 네 번째 글자로 이루어져 있고 'bee'는 두 번째와 다섯 번째 글자로 된 것이라는 점을 들어 'add'란 단어와 'bee'란 단어가 어떤 면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add'에서 'bee'로의 전환은 작곡가들이 조를 바꾸는 것처럼 알파벳 순서에서 각각 한 자씩 내리면 된다. 알파벳 순서에 따른 글자들 간의 내적 연관성은 같다.
이런 식으로 음악가들도 한 조의 음악적 패턴들 간의 관계와, 다른 조의 음악적 패턴들 간의 관계를 알아낸다.
음악가들처럼 수학자들 역시 한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패턴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수학자들 또한 관계의 패턴을 인식하는 데 능하다.
현존했던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 사람인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의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그가 어렸을 때 가우스와 급우들은 1부터 100까지의 수를 전부 더하라는 숙제를 받는다. 다들 끙끙거리며 계산을 하는 동안 가우스는 불과 몇 초 만에 정답을 제출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한 번도 그 계산을 미리 해본 적이 없었고 그에게 경이로운 계산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패턴인식이 탁월했다.
그가 알아낸 것은 0에서 100까지 연속되는 숫자에서 임의의 숫자를 골라 100부터 역순으로 그 숫자의 순서에 해당하는 수를 더하면 합은 항상 100이 된다는 것이었다.
100+0 = 100, 99+1 = 100, 98+2 = 100, 97+3 = 100, 계속 이런 식으로 51+49 = 100이 된다. 오직 50만 짝이 없다. 결국 각각 더하면 100이 되는 50쌍의 숫자 합은 5000이 되고, 여기에 짝이 없는 50을 더하면 정답은 5050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해법은 그 당시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수의 패턴을 이용해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실제로 우수한 수학자들은 난이도가 높은 어떤 수학 문제도 수의 일정한 패턴만 알면 다 풀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각각의 문제에 적용되는 문제 해결의 패턴 유형만 알아내도 수학을 절반은 정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필립 데이비스와 로이벤 허시는 말한다.
수학의 목표는 무질서가 지배하던 곳에 질서를 세우고 혼잡과 소란에서 구조와 불변성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역학(疫學)은 1854년에 존 스노우(John Snow)라는 의사가 런던 중심부에서 콜레라로 죽은 사람들의 거주지를 지도로 작성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지도를 보면 콜레라 사망자 전부가 오염된 물 펌프 하나에서 물을 길어 마셨다는 것을 뚜렷이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왜 그전에는 지도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자의 사망시각이나 장소, 그 외 어떤 역학적 패턴도 알 수 없었다.
*역학: 어떤 지역이나 집단 안에서 일어나는 질병의 원인과 변동, 이동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
하나였다가 해체된 패턴으로서의 '조각 맞추기 퍼즐'은 과학자들에게 강력한 은유가 된다.
그들은 관찰 작업보다는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작업을 할 때 이것을 응용한다.
자연은 스스로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많은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첸 닝 양(Chen Ning Yang)과 발생학자인 뉘슬라인 폴하르트는 이 단서들을 "조각 맞추기 퍼즐의 조각들"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 조각들을 모아서 이해할 수 있는 온전한 그림으로 맞춰야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수중에 서로 다른 종류의 퍼즐 조각들만 무수히 섞여 있을 때가 많다. 아무런 지침도 없고 다른 종류의 조각이 얼마나 많이 섞여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뉘슬라인 폴하르트는 이런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한 조각 하나가 아니라, 전체 그림을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의 조각들과 그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연구의 핵심은 자료를 모으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료가 충분해지고 개념들 간에 모순이 없으며, 개념적 퍼즐이나, 패턴 혹은 온전한 '그림'이 될 때, 과학자들은 이것을 이론 또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과학퍼즐 풀기는 조각 맞추기 퍼즐을 푸는 것과 같다. 충분한 조각들이 서로 맞춰지게 되면, 완성된 그림이 나오거나 빈자리가 드러나게 된다.
완성된 그림은 어떤 조각들이 사용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새로운 구조물이다.
그러나 빠진 조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빈자리 역시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하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그 빈 자리에 들어맞는 조각을 찾아낼 수 있다. 조각 맞추기는 마구잡이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답이 필요한 특정한 문제와 제시된 답을 검증하는 데 사용할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문제 자체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다면 해답의 절반 이상은 건진 것이다.
위의 문구는 거의 모든 과학자들에게 금언(金言)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제 또한 패턴으로 볼 수 있다.
패턴의 부재인가, 아니면 패턴의 차이인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는 것, 곧 '무지의 패턴'을 안다는 것은 무엇을 아는지 아는 것만큼 귀중하다.
산더미 같이 쌓인 미지의 것들이 과학적 진보의 자극제가 된다.
- 미국 의학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토마스 허클 웰러 (Thomas Huckle Weller)
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자신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본인도 잘 모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 미국 물리학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아이작 라비 (Isaac Rabi)
인디애나대학의 심리학 교수 엘리어트 허스트(Eliot Hearst)는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가'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의 생각은 보다 급진적이다. <심리와 무, Psychology and Nothing>라는 흥미로운 논문에서 그는 말했다.
음악가들에게 무(無)란 침묵을 의미하는 휴지부이고, 화가와 건축가에게는 물체들 사이의 음(陰)의 공간이며, 과학자들에게는 완전한 진공이자 절대 영(零)이고, 철학자들에게는 허무주의, 소설가들에게는 셜록 홈즈가 주인공인 탐정소설에서처럼 중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짖지 않는 개'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무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무에 가깝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부재, 삭제된 것, 발생하지 않은 것들을 인식하고 이것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고 허스트는 논문에서 쓰고 있다.
동물이나 사람은 실재하는 것만을 강조한다.
- 심리학자, 엘리어트 허스트
중요한 것은 특정한 상황에서 무엇이 존재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감을 쌓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부재는 대단히 이례적이고 흥미로운 것이 된다는 것이다.
허스트는 만일 어떤 일과 정보의 부재, 미발생, 사라짐을 다루는 주제가 학습과정에 보다 활성화되고 정규적인 형태로 통합된다면 무는 다른 어떤 것만큼이나 지각하고, 기억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무에 대한 우리의 무지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패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재하는 경우와, 지각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이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장한 지역 특유의 예술과 과학 체계가 선호하는 패턴만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패턴인식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은 우리가 고안해내는 것들과 그 방법을 규정한다.
예를 들어 서구의 과학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세계를 유클리드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3차원'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각각 다른 축에 대해 직각인 데카르트 좌표의 x-y-z 축을 가리킨다.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것은 이 관점에서 설명되고 수립된 것이다.
(중략) 그러나 모든 패러다임에는 한계가 있다. 지구상의 한 고정된 지점에서만 작동하는 입체 패턴은 세계를 일주할 때는 작동하지 않는다. 경도와 위도를 생각해보라. 그것들은 데카르트 좌표에서처럼 직선으로 뻗어나갈 수가 없다. 오직 지구를 따라 둥글게 구부러진다.
극좌표 시스템은 우주를 구형으로 전제하고 이 속에서 방향(벡터)과 관련지어 위치를 알아내는데, 이것은 항공운항이나 우주비행에서 기하학적 좌표보다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극좌표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기하학적 축으로 해결하지 못한 모든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략) 아인슈타인은 비(非) 유클리드 공식을 만들 때, 유클리드 기하학을 거부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상대적인 중력장에서 공간과 시간이 휘어진다는 유명한 학설을 창안해냈다.
아인슈타인이나 버크민스터 풀러 모두 유클리드 기하학이 세계에 대한 단 한가지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구면 기하학, 기타 우주에 대한 공식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 많은 것들은 다른 종류의 패턴을 제공하기 때문에 발명가나 건축가, 화가, 기타 모든 혁신가들에게 유용한 것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패턴인식능력은 다른 공간을 학습함으로써 발달된다. 이것은 다른 형태의 사방치기 놀이를 연구함으로써 패턴인식능력이 향상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그토록 복잡하다면 어떻게 이 기술을 연마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패턴은 알아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패턴을 인식하려면 그것이 다른 문화권의 것이건, 우리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속한 것이건 간에 나름의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은 누구든지 할 수 있으며 여기서 나이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중략) 조각 맞추기 놀이를 하는 것도 패턴인식의 연습이 된다. 우리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가 분야를 막론하고 걸출한 사람들의 다수가 퍼즐 중독자이거나 퍼즐 게임 개발자라는 사실이다.
(중략)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가 쓴 <수학을 이용한 오락, Mathmatical Recreation>에는 수많은 수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만들어 낸 퍼즐에 대해 수록되어 있다.
퍼즐이나 게임을 하는 것 말고도 우리는 아주 생소한 장소에서 낯익은 패턴들을 종종 찾아내곤 한다.
(중략) 1997년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프랑수아와 장 로베르는 <얼굴 대 얼굴, Face to Face>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은 여러 인공물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벽시계, 문 손잡이, 라디오, 핸드백, 카메라, 병따개 등 매우 다양한 물건들이 있는데, 이것들의 모양은 공통적으로 사람의 얼굴을 닮아 있다. 우리가 주위를 한번 돌아보면 사람 얼굴, 심지어는 몸통을 닮은 모양들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메타 패턴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보자. 예를 들어 현대무용 음악의 악절을 살펴보면 고전음악의 그것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리듬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리듬을 왈츠나 탱고 같은 정격 댄스 음악 패턴이나 그것을 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비교해보자. 그리고 다시 이 리듬을 언어 패턴과 비교해보자.
이런 음악적, 운동감각적, 시각적, 혹은 언어적 패턴들이 옷을 뜨거나 천을 짜는 패턴과 유사하지 않은가? 어떤 나라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직조패턴들은 그곳의 전통적 미술이나 음악의 패턴과 연관성이 있지 않은가?
패턴들 사이의 패턴들(메타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은 사물 등에서 나타나는 반복적인 순서나 양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그 답을 찾아내기 위해 보고, 듣고, 느끼는 일에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패턴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거나 놀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자면 상당한 인내력이 요구된다.
나보코프는 어린 시절 자신은 패턴에 대단히 민감했다고 한다. 특히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때 그랬다고 하는데, 수도꼭지에서 "똑, 똑, 똑" 하며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 맞추어 욕실문을 잡아당겼다 밀었다 했다고 한다.
리드미컬한 소리와 움직임의 패턴을 성공적으로 일치시켰고, 자주 욕실벽의 복잡한 문양을 머릿속으로 풀어보곤 했는데, 그러다가 눈길을 잡아끄는 갈라진 금이나 그늘 부분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곤 했다.
- 미국 소설가, 번역가, 곤충학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Vladimir Vladimirovich Nabokov)
청각적, 시각적, 언어적 패턴을 움직임의 패턴과 결합시킨 일은 그에게 대단히 중요한 경험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 이와 관련한 충고 한마디를 기록해놓았다.
제발 부모들에게 간청한다. 아이에게 '서둘러'라고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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