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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orge Salvador on Unsplash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주시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이다.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

-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관찰'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세계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패턴들을 구분해내고, 패턴들로부터 원리들을 추출해내고, 사물들이 가진 특징에서 유사성을 이끌어내고, 행위모형을 창출해낼 수 있으며, 효과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

현대화가들의 많은 놀라운 작품들은 '수동적인 보기'가 아닌 '적극적인 관찰'의 산물이다.

 

 

 

 

어느 순간 내가 주변에 있는 것들을 잘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것들을 '인식'한다. 보지 않아도 인식은 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기를 국기로 인식한다. 하지만 어떤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 그 표면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이런 점에 흥미를 느꼈다. 나의 그림 작업은 내가 익숙한 것들을 어떻게 보는지를 '보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단순히 사물을 바라보는 지점이 아니다.

- 화가, 재스퍼 존스 (Jasper Johns)

 

 

<세 개의 국기>, 재스퍼 존스 作, 1958

 

 


 

 

 

 

선생님은 천남성을 높이 들고 그것의 이상한 모양과 색깔들의 미묘한 차이를 지적하셨다. 진하고 수수한 흑보랏빛이 온통 녹색인 주위를 뚫고 나와 있는데 녹색이라는 것도 연백색이 감도는 꽃부분의 녹색에서부터 잎사귀의 짙은 녹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농담(濃淡)을 보이고 있었다. (중략) 그전에도 천남성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 꽃을 그렇게 집중해서 들여다본 것은 그때가 처음인 걸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나는 어떤 사물이든지 매우 주의 깊고 세밀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어떤 유기체의 외형과 색채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 화가, 조지아 오키프

 

 

왼쪽부터 <천남성 2>, <천남성 4>, <천남성 6>, 조지아 오키프 作, 1930

 

 


 

빈센트 반 고흐의 목표는 뭔가를 써내려가듯 쉽게 뭔가를 그리는 것이었고 자신이 본 것을 나중에 마음대로 재현할 수 있도록 '잘' 보는 능력을 갖는 것이었다. 고작 하루, 그것도 오후 나절 본 것만 가지고 완성한 고흐의 몇몇 명작을 보면 그가 원하던 능력을 성공적으로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글쓰기에도 예리한 관찰의 기술이 요구된다. 시인 에드워드 E. 커밍스는 자신을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하는 사람으로 규정한 바 있다. 작가 존 도스 파소스의 기억에 따르면 두 사람이 같이 산책을 할 때마다 커밍스가 종잇조각에 뭔가를 적고 스케치를 하곤 했다고 한다.

소설가 서미싯 몸은 "사람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은 작가의 필수적인 자세다"라고 했는데 그 말은 사람의 외관뿐만 아니라 대화, 행동까지 관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얘기라도 몇 시간 동안 들어줄 수 있어야 무심결에 새어나오는 중요한 단서를 포착해낼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관찰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관찰은 과학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조지아 오키프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과학자들도 관찰력의 비결은 시간과 참을성에 있다고 믿었다. 곤충학자 칼 폰 프리시는 자신의 관찰능력이란 대단한 것은 아니고 단지 움직이지 않고 돌 틈에 몇 시간 동안 누운채로 생물을 끈질기게 주시하는 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인들이 무신경하게 못 보고 지나치는 순간, 세계는 참을성 많은 관찰자에게 그 놀라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벌이 추는 춤을 언어로 보고 해독한 성과 역시 그가 가진 관찰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참을성 있게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보는지, 무엇을 찾으려 하는지가 중요하다. 고생물학자 엘윈 시몬스는 화석을 찾아내는 진짜 기술은 빠르고 예리한 시각적 식별력에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화석을 찾는 작업이 얼핏 보기에 무작위적인 평범한 지형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구한 시간에 걸쳐 풍화된 돌들로 뒤덮인 이집트 사막에 이빨 화석 하나가 있다 한들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그건 마치 책 한 권에 단 한번 나오는 단어를 책장을 휙휙 넘기면서 찾는 일과 같다."

 


 

과학에서건 다른 분야에서건 관찰은 시각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열대조류 전문가인 생물학자 저레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는 청각적 관찰도 크게 강조한다.

 

 

 

 

뉴기니의 밀림은 너무 빽빽해서 새를 볼 수가 없다. 단지 귀로 새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오직 소리에만 의지해서 새를 식별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음악을 좋아해서인지 몰라도 새소리를 잘 구분할 수 있는 밝은 귀를 갖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열대우림으로 들어가서 다음날 아침이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는데, 아침 7시 30분까지 나는 총 57종의 새소리를 듣고 무슨 새인지 알아냈다. 눈으로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 생물학자, 저레드 다이아몬드

 

단 한 가지 감각에만 의지해서 관찰하면 안된다.


 

 

 

 

무용가는 지각능력과 기술적인 동작능력에서 모두 감각적으로 특별해야 한다. 그저 단순하게 이동하는 것과 계획이 세밀하게 짜여 있는 여행을 비교해보라. 그 차이는 헌터대학에서 42번가로 곧장 가는 사람과 브로드웨이를 걷고 있는 사람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분명해진다. 한 사람은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생각밖에 없다. 그냥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뿐이다. 다른 한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는 맑은 머리로 그가 지나치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느낀다. 그는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동작'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

 


 

심지어 냄새나 맛도 관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략) 냄새는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 데 단서가 된다. 이를테면 스트레스는 사람의 체취를 증가시킨다. 이스트 감염 때도 그렇고, 당뇨성 케토시스 환자의 경우 숨을 쉴 때 아세톤 냄새가 난다.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숨을 쉴 때 암모니아와 유사한 합성물질로 인해 생선 냄새가 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 신호가 되는 이런 냄새정보들을 대개는 무시한다.

맛은 진단에 이용될 수도 있다. 고대의 의사들은 환자들의 고름과 오줌의 맛을 보는 실습을 했다. 당뇨환자의 오줌이 달다는 것은 수천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 의사들은 간단한 화학테스트로 이를 알아내지만 베버리지 같은 세균학자들은 저서 <과학적 탐구의 기술>에서 직접 맛을 보는 옛날방식이 아직도 쓸모가 있다고 상술하고 있다.

우연히 사용하든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든, 맛보기 같은 전통적인 방법은 자연현장이나 실험실 안팎에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어떤 고고학자는 벽돌 부스러기의 맛을 보는 것으로도 로마시대에 세워진 수로의 축조연대를 알아맞힐 수 있다고 장담한다. (중략) 어떤 화학자들은 사카린과 아스파탐을 우연히 맛봄으로서 이 물질들이 달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한다.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sublimity of the mundane)',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

사람들은 그토록 숱하게 욕조에 들어가면서도 몸을 담글 때 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질의 비중이 배수량과 관련 있음을 간파한 사람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망치질을 했었지만 그 소리를 유념해서 듣지는 않았다. 쇠막대기건, 마림바의 나무키건, 첼로의 현이건 간에, 물체의 길이가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음을 맨 처음 알아낸 것은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피타고라스였다.

사람들은 수없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의문을 가졌던 최초의 인물은 18세기 물리학자 존 틴달이었고, 그는 하늘의 색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다른 입자들과 부딪쳐 산란하는 햇빛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가 개발한 몇 가지 기술은 오늘날 우리가 대기오염도와 물의 청정도를 측정하는 데 쓰이고 있다.

 


 

생화학자인 알베르트 스젠트 기요르기는 일상적인 관찰을 통해 '비타민 C'를 발견했다.

 

 

 

 

내가 색깔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나는 아직도 색깔을 좋아한다. 색깔은 나를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만든다. 나의 첫 번째 의문은 왜 바나나가 상하면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는가였다.

 

그는 식물이 함유하고 있는 '폴리페놀'이라는 화합물이 산소와 작용하면 일종의 딱지인 갈색이나 검은색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발견을 통해 기요르기는 그 다음 단계의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식물은 두 종류가 있다. 상하면 검게 변하는 것과 상해도 색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그렇다면 왜 상해도 색이 변하지 않는 식물이 있는가?

 

답은 그 식물안에 당 같은 화합물인 '비타민 C'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물이 지닌 비타민 C는 폴리페놀이 산소와 작용해서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갈색이나 검은색의 보호물질이 필요없었다. 그래서 겉이 상했을 때 색이 변하는가(바나나) 변하지 않는가(오렌지)를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과일들의 비타민 C 함유량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진정한 창조자는 가장 평범하고 비루한 것들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찾아낸다.

-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사고'라고 부르는 인지작용은 '지각' 너머의, 지각보다 상위에 있는 정신적 과정이 아니라 지각 자체를 이루는 본질적 요소다.

- 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

 

객관적 관찰은 가능한 것이 아니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과 생물학자 에드워드 리켓이 멕시코의 코르테즈해에서 지낸 바다생활에 대해 쓴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보고, 기록하고, 구축한 모든 것들은 모든 지식의 틀이 뒤틀리는 것처럼 왜곡되곤 한다. 첫째는 우리의 시대와 종족의 집단적 압력과 시대적 흐름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들 각자가 가진 개별적 성향 때문이다.

 

그들은 논픽션 책을 쓰면서도 거기서 자신들이 말하는 '진실'이란 소설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선입견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이 책('생각의 탄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각'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관찰하는 우리의 행위도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정신적 편견과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확실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다. 결국 관찰행위의 목적은 '감각적 경험'과 '지적 의식'을 가능한 한 가깝게 연결하는 데 있다.

 

 

 

 

어떤 것을 그릴 수 있다고 해서, 그리는 행위가 당신을 화가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예술은 당신 머릿속에 있는 것이고 그것은 당신이 어떻게, 무엇을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 조각가, 베벌리 페퍼 (Beverly Pepper)

 

비슷하게 기요르기는 이렇게 말한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 생화학자, 알베르트 스젠트 기요르기

 


 

 

 

 

만일 우리 연구가 자연사와 관련된 대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관찰에는 스케치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어떤 것을 묘사하는 일은 주의력을 훈련시키고 강화시키며 현상 전체를 보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모름지기 뛰어난 관찰자라면 스케치에도 능숙해야 하며 이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 신경해부학자이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라몬 이 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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